“시민을 군대로 제압하나”… 트럼프, 민주주의에 총부리를 겨누다

LA경찰, 시내 중심가 전역 집회금지구역 설정…“당장 떠나라”

출처 : KBS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反)이민 정책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주방위군 2,000명을 투입하며, 미국 민주주의의 심장을 향해 또 한 번 총부리를 겨누었다. 주지사의 동의 없이 연방 명령으로 이뤄진 무력 투입, 이는 단순한 질서 유지의 차원을 넘어선 헌정 질서 훼손이자, 인권에 대한 폭력이다.

로스앤젤레스는 지금, 단지 이민자들을 향한 연방정부의 강경 탄압에 “NO”라고 말했을 뿐이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시민이든 이민자든—누구나 공존과 정의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고, 그 대답이 최루탄과 섬광탄이라는 것은, 세계 어느 자유국가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시위는 국토안보부가 지난 일주일간 LA에서 벌인 불법 이민자 대규모 체포 작전에서 비롯됐다. 그 중 일부는 중범죄 혐의자였지만, 대부분은 생계를 위해 일하는 서류 미비자들이었다. 이민자 공동체에 대한 이런 ‘표적 단속’은 단순한 법 집행이 아니라, 트럼프식 정치의 전형—분열을 조장하고, 두려움을 통치 도구로 삼는 방식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이를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1965년 린든 B. 존슨 이래 60년 만에 주지사 승인 없이 주방위군을 직접 동원했다. 당시 존슨 대통령은 흑인 시민권 운동을 보호하기 위해 군을 파견했지만, 오늘의 트럼프는 정반대다—시민의 권리를 억누르기 위해 군대를 보냈다.

더욱 심각한 건 법적 정당성조차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연방법전 제10편 제12406조를 근거로 들고 있으나, 해당 조항은 주지사의 경유를 전제로 한다. 주지사의 공식적인 요청이나 동의 없이 군을 동원한 이번 조치는, 미국 연방주의 원칙마저 침해할 소지가 크다.

LA의 캐런 배스 시장은 “이번 조치는 무책임하고 혼란을 키우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도시는 시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지 시 행정의 입장을 넘어서, 지금 이 순간 민주주의의 편에 설 것인지, 권위주의의 편에 설 것인지를 묻는 시대적 질문이기도 하다.

로스앤젤레스의 거리에 모인 이들은 ‘불법자’가 아니다. 그들은 미국의 정체성을 되묻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나온 시민들이다. 언론인까지 다치는 상황에서, 지금 필요한 건 진압이 아니라 대화다. 무기가 아니라 경청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스스로를 ‘법과 질서의 수호자’라 부르지만, 지금 그가 지키는 법은 강자의 법, 그가 말하는 질서는 억압의 질서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시민을 총으로 제압해야만 유지되는 국가라면, 그것은 민주국가가 아닌 것이다.

민주주의는 광장에서 자란다. 시민은 그 뿌리다. 그리고 지금 LA의 광장에 서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미국이 다시 태어날 새로운 시작의 불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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