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아메리카당’ 창당…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일론 머스크

중앙일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5일(현지시각) 새로운 정당인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전날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에 “아메리카당을 만들어야 할까?”라는 설문을 올린 뒤, “2대1로 찬성이 앞선 결과에 따라 창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오늘 아메리카당이 여러분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 창당된다”며 “지금의 미국은 민주주의가 아닌 사실상 일당제 하에 있으며, 낭비와 부패가 나라를 파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창당 선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이 고조된 직후 발표됐다. 특히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서명한 ‘감세 및 지출 법안’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해당 법안은 고소득층의 감세 조치를 연장하고 국방 및 국경단속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내용으로,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로 인해 향후 10년간 연방 재정 적자가 3조4000억 달러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머스크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 아래 정부효율부(DOGE) 책임자로 활동하며 예산 절감을 강조해 왔고, 이번 지출 확대에 대해 “정부의 책임 없는 행정”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머스크는 아메리카당의 전략에 대해 “극소수 선거구에 집중적으로 병력을 투입하는 것과 같다”며 “상원 2개, 하원 10개 지역구만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법안의 캐스팅보트를 쥐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정치 구조상 제3당이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본다. 미 대선은 주 단위 승자독식 구조로 운영되며, 신당이 전국적으로 후보를 내기 위해서는 각 주의 복잡한 등록 요건과 청원 절차를 충족해야 한다. 실제로 자유당이나 녹색당 등의 제3당도 전국 등록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머스크가 실제로 아메리카당을 장기적으로 이끌 의지가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맥 맥코클 듀크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들이 연방정부와 다수의 계약을 체결해온 만큼, 정부와 일정한 거리에서 자유주의 정당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이번 창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치적 갈등에서 비롯된 상징적 행동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민주·공화 양당이 아닌 후보가 선거인단을 확보한 사례는 1968년 조지 월리스 전 앨라배마 주지사였다. 이후에도 제3당 후보들은 전체 득표율에서는 의미 있는 수치를 기록했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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