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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없다” 외친 시민들, 트럼프식 권위주의에 맞선 500만 명의 분노

출처 :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생일과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맞아 워싱턴 D.C.에서 열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맞서, 미국 전역에서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일제히 벌어졌다. 이번 시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으로, 약 2천여 건의 집회에 5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백악관 북쪽 라파예트 광장 앞에는 검은색 철제 펜스가 설치돼 시위대의 접근을 차단했지만,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500여 명의 시민들이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트럼프는 지금 떠나야 한다(Trump must go now)”, “우리는 왕을 원하지 않는다”는 구호를 외치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훼손하는 행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규탄했다.

주최 측은 이번 집회가 단순한 반 트럼프 시위가 아니라, 권력을 무기화하고 군사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트럼프식 통치를 반대하는 전국적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노 킹스’라는 명칭은 미국이 헌법에 기초한 공화정 국가이며, 어떤 지도자도 왕처럼 군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뉴저지에서 온 한 참가자는 “멕시코 이민자들이 얼마나 성실히 일하는지 우리는 안다. 그들을 ‘원치 않는 자’로 낙인찍는 것은 모욕이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워싱턴 현지의 한 변호사는 “군사 퍼레이드를 보호한다며 도시 전체에 펜스를 설치하는 건, 대통령 취임식 때보다 더 많은 방호 조치였다”며 “이 나라의 자유와 헌법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연방청사 인근에서는 오후 들어 시위대와 군경 간의 긴장이 고조됐고,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을 사용해 강제 해산에 나섰다. 평화적 시위를 원칙으로 한 참가자들에게 이러한 과잉 진압은 오히려 정부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드러내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군사 퍼레이드는 워싱턴 중심부를 가로질러 링컨기념관에서 워싱턴모뉴먼트까지 이어졌고, 에이브럼스 전차, 아파치 헬기 등 최신 군 장비가 총출동했다. 무려 6,700명의 병력과 150여 대의 군용차량이 동원된 이날 행사에 대해 일각에서는 ‘권력 과시용’이라는 비판과 함께, 대통령 개인의 생일을 위한 ‘정치적 쇼’라는 비난도 제기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비판하며, “그 말은 이제 파시즘의 상징이 됐다”, “나치 같은 발언과 정책을 미국에서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외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를 미국 사회의 건강한 시민의식이 살아 있다는 증거로 평가하면서도, 정부의 강경 대응은 오히려 갈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 킹스’ 집회는 단순한 반대의 외침이 아니라, 자유와 정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국민의 외침이었다.

김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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