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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스스로 만든 위기…반성과 개혁부터”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 검찰 내부에 울린 뼈아픈 고백

연합뉴스

“검찰권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잘못엔 침묵했습니다. 우리 모두 잘못했습니다.”
4일 취임한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의 일성은 묵직했다. 그저 새로운 지검장의 취임사가 아닌, 검찰 스스로를 향한 뼈아픈 자기반성과 다짐이었다. 국민 앞에서 고개 숙이고, 내부를 향해 쇄신을 요구한 임 지검장의 행보에 검찰 개혁을 염원해온 이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임 지검장은 “국민이 수년간 지켜본 표적 수사와 선택적 수사, 제 식구 감싸기와 봐주기 수사를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며, 검찰이 자초한 위기를 직시했다. 이어 “수사 구조 개혁의 해일이 밀려오는 이유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 지검장은 “검찰권을 사수할 때는 집단행동도 불사했지만, 검찰의 잘못 앞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그간 검찰 조직이 보여온 이중적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검찰권을 지키기 위해 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외치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임 지검장의 취임사는 단순한 수사의 기술이나 제도적 정비를 넘어, 검찰 조직이 국민 앞에 어떤 태도로 서야 하는가를 묻는 근본적 질문이자, 실천적 제안이었다.

그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사건을 언급하며, “표적 수사로 기소된 이들이 줄줄이 무죄를 받았지만, 검찰은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사건과 관련된 법무부·검찰 고위 간부들은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은 이에 대한 반성과 책임 표명 없이 넘어간 바 있다.

임 지검장은 “심우정 검찰총장의 퇴임사, 역대 서울동부지검장의 취임사도 찾아 읽어봤다”며 “그 말들이 사실이었다면 검찰이 이토록 위기에 몰렸겠느냐”고 반문했다. 진정성 없는 조직 문화가 오늘날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일침이다.

그의 발언은 최근 조국혁신당이 문제 삼은 ‘검찰 인사’ 논란과도 연결된다. 김학의 출금 수사팀의 핵심이었던 송강 검사와 임세진 검사가 각각 고검장과 금융조사부장으로 발탁된 것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문책은커녕 영전”이라며 비판해왔다. 임 지검장의 메시지는 이 같은 관행에 균열을 내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임은정 검사의 서울지검장 발탁은 검찰의 자기성찰과 내부 개혁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의 반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그가 검사 재직 기간 내내 내부 고발자이자 양심의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란 점에서, 단순한 인사 이상의 상징성이 있다.

임 지검장은 이제 첫 발을 뗐다. 그가 마주한 서울동부지검은 수사 실무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과거 검찰 무리수 수사의 상징적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변화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김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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